양민혁(19)이 '2006년생 동갑내기' 아치 그레이·루카스 베리발(이상 토트넘 홋스퍼)과 달리 유소년 팀에서 뛰게 될 수도 있다는 소식이다.
토트넘 내부 사정에 능통한 폴 오키프는 16일(한국시간)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팬들과 문답을 진행했다. 그는 한 팬에게 "양민혁이 이제 막 영국에 왔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그가 계속 뛰지 못하는 이유가 있나? 순전히 전략적 이유인가 아니면 부상 같은 다른 이유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러자 오키프는 '적응 시간'을 언급했다. 그는 "순전히 양민혁을 영국과 영국 축구에 적응시키려는 것"이라고 답하며 다른 걱정을 일축했다.
한 팬은 "그렇다면 양민혁이 21세 이하(U-21) 팀에서 뛰게 될 것이란 의미인가?"라고 재차 물었다. 오키프의 대답은 긍정이었다. 그는 "좋은 질문이다. 토트넘은 아마 그 방안을 고려하게 될 것"이라며 양민혁이 토트넘 1군 무대를 밟기 전에 아카데미 선수들과 함께 뛰며 적응기를 가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2006년생 윙어 양민혁은 지난해 7월 토트넘과 공식 계약을 맺었다. 그는 2024시즌 준프로 신분으로 강원FC 유니폼을 입자마자 K리그1을 휩쓸었고, 데뷔 4개월 만에 토트넘 입단까지 성공한 것. 양민혁은 후반기에도 맹활약을 이어가며 38경기 12골 6도움로 K리그1 영플레이어상까지 손에 넣었다.
양민혁은 쉴 틈도 없이 영국 런던으로 날아갔다. 그는 강원의 역대 최고 성적(준우승)을 이끈 뒤 곧바로 토트넘에 합류했다. 리그 전 경기를 치를 정도로 꽉 찬 프로 첫 시즌을 치른 만큼 휴식이 예상됐으나 지난달 토트넘에서 조기 합류를 요청한 것.
런던에 도착한 양민혁은 지난 1월 1일부터 공식적으로 토트넘 훈련을 시작했다. 그는 손흥민 옆에서 몸을 풀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나갔고, 연습 경기에서 골망을 흔들기도 했다. 영국에서도 손흥민과 양민혁의 투샷이 관심을 받았다.
또한 양민혁은 등번호 18번을 받았다. 그는 아카데미 선수들이 아니라 주로 1군 멤버에게 주어지는 등번호 18번까지 배정받으며 많은 주목을 받았다. 특히 토트넘의 18번은 구단 역대 최다 득점자 해리 케인이 어릴 적 사용하던 번호이기 때문. 케인 외에도 위르겐 클린스만, 저메인 데포, 페르난도 요렌테 등 주요 공격수들이 거쳐갔던 번호다.
하지만 양민혁이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1군 무대를 누비는 모습은 한동안 보기 어려워 보인다. 그는 지금까지 프리미어리그(PL) 경기에서 모두 명단 제외됐고, 리버풀과 카라바오컵 준결승 1차전에선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나 끝까지 벤치를 지켰다. 결승 진출이 걸린 중요한 경기였던 만큼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아쉬운 건 양민혁이 5부리그 탬워스와 FA컵 경기에서도 명단 제외됐다는 것. 영국 현지에서도 양민혁이 토트넘 데뷔전을 치를 것이란 예상이 많았지만,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그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당시 '풋볼 런던'은 "양민혁이 이번 주말 토트넘에서 인사할 기회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는 1월 1일에 공식적으로 토트넘에 합류했으며 새로운 팀원들과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방식에 대해 알아가는 데 몇 주를 보냈다"라며 "양민혁은 리버풀전에서 1분도 뛰지 못했다. 탬워스전에서는 교체로든 선발로든 출전할 가능성이 꽤 높다고 봐야 한다"라고 전망했다. 바카라사이트
'토트넘 뉴스' 역시 "토트넘 팬들은 양민혁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된다면 의심할 여지 없이 매우 기뻐할 것"이라며 "탬워스와 경기는 현실적으로 예견된 결과로 이어져야 한다. 이를 통해 양민혁은 큰 압박이 없는 환경에서 데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토트넘 소식에 능통한 존 웬햄도 양민혁의 데뷔를 점쳤다. 그는 '토트넘 뉴스'를 통해 "마이키 무어와 양민혁 둘 다 리버풀을 상대로 출전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양민혁은 탐워스전에서 교체로 나올 것 같다"라며 "존슨에게 출전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양민혁이 선발로 나오진 않을 것 같다. 그래도 그는 출전할 것 같다. 이를 통해 스쿼드에 더 많은 옵션이 생기게 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주축 선수들을 대거 선발 기용했고, 양민혁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대신 2007년생 마이키 무어가 선발 출격했고, 2005년생 센터백 알피 도링턴과 2007년생 미드필더 칼럼 올루세시, 2005년생 공격수 윌 랭크셔가 벤치에 앉았다. 양민혁의 이름은 어디에도 없었다.
양민혁에겐 더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이달 초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양민혁에게 시간을 줘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이달 초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맞대결을 앞두고 양민혁 기용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
당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양민혁은 매우 어리고, 여기서 맞닥뜨리게 될 수준과는 매우 거리가 먼 지구 반대편에서 왔다. 그냥 그에게 적응할 시간을 주는 것뿐"이라며 "손흥민이 있기 때문에 클럽 안팎에서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될 거다. 우리는 양민혁이 빠르게 적응하도록 도우려 한다. 아직 구체적 계획은 없다. 그냥 그가 어떻게 적응하는지 지켜 보자"라고 선을 그었다.
양민혁과 달리 그레이와 베리발은 토트넘 1군에서 꾸준히 출격 중이다. 특히 지난 시즌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에서 활약한 그레이는 최근 들어 주축 선수로 뛰고 있다. 그는 원래 중앙 미드필더나 우측 수비수 역할을 맡아 왔지만, 토트넘 센터백이 전멸하자 중앙 수비수로 기용되고 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 밑에서 벌써 1707분을 소화하며 경험치를 쌓고 있는 그레이다.
중앙 미드필더 베리발도 입지를 키워가고 있다. 그는 PL 14경기를 포함해 공식전 24경기에 출전했고, 총 844분을 뛰었다. 대부분 교체 출전이긴 했으나 토트넘 중원에서 한 자리를 꿰차고 있는 흐름이다. 최근 리버풀과 카라바오컵 4강 1차전에선 토트넘에 1-0 승리를 안기는 결승골을 터트리며 눈도장을 제대로 찍기도 했다.
반면 아직은 토트넘 데뷔가 요원해 보이는 양민혁이다. 올 시즌 안에 1군 무대를 밟는 것도 어려울 수 있다. 토트넘은 FA컵과 리그컵, 프리미어리그 어느 하나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기 때문. 게다가 양민혁은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에도 미등록됐기 때문에 남은 리그 페이즈 두 경기 출전마저 불가능하다.
차라리 U-21 팀에서 경험을 쌓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앞서 '디 애슬레틱' 역시 양민혁의 아카데미행을 점친 바 있다. 매체는 지난달 말 "현재 양민혁은 새로운 나라에서 삶에 적응하며 영어 레슨에 집중하고 있다. 그가 어떻게 적응하느냐에 따라 1군 스쿼드에서 포스테코글루의 폭넓은 옵션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그레이나 베리발보다는 아카데미 선수들 수준에 더 가까울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전했다.
물론 아직 실망하기엔 이르다. 양민혁은 이제 막 유럽에 도착한 10대 선수고, 지난해 K리그1 시즌을 치른 뒤 제대로 휴식하지도 못했다. 그는 프로 데뷔 시즌부터 K리그1 38경기에 모두 출전했기에 회복은 필수다. 지금 당장은 다시 몸을 만드는 데 집중하면서 영어 실력을 쌓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앞서 토트넘과 한국 대표팀 선배 손흥민도 지나친 기대감을 경계한 바 있다. 그는 '스탠다드'와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너무 흥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양민혁에게 부담을 주지 말아 달라"라며 "그는 마이키 무어와 비슷한 나이다. 모두가 마이키를 좋아하듯 양민혁이 왔을 때도 그를 같은 방식으로 사랑해달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양민혁은 K리그 첫 시즌에 12골과 많은 도움을 기록했다. 밝은 선수이고 두려움이 없다"라며 "양민혁이 매우 밝은 선수라 그가 오는 것이 기대된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돕고 싶다. 하지만 그에게 압박을 주지 말아야 한다. 축구가 그에게 가장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손흥민은 '헤이터스 TV'를 통해서도 "양민혁이 팀에 멋진 축구와 재능을 가져다주기를 바란다. 함께 뛰는 날이 정말 기대된다"라면서도 "너무 큰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 그는 이제 18살이다. 요즘은 한 명에게 너무 빨리 흥분하는 경향이 있다. 그를 조용히 지켜보고 싶다. 물론 양민혁은 빠르고 K리그에서 많은 골을 넣었다. 하지만 K리그와 PL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라고 짚었다.